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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해1.jpg

대학생 b는 어린 시절 늙은 개와 어린 고양이를 키운 적이 있다.

 

늙은 개는 아빠가 총각시절부터 길러왔던 개로, b가 어렸을때 이미 늙은 개였다.

사실 b가 키운다-는 표현을 하기 힘든, b에게 있어서 애완동물이라기보다 집안 어른 같은 존재였다.

늙은 개는 b가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무렵에는 하루의 대부분을 잠으로 보냈다.

b는 자기와 놀아줄 강아지나 고양이가 있으면 좋겠다 늘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날 b가 학교 끝나고 집에 오는 길에,

마치 부르기라도 하는 것처럼 야옹~ 하는 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어린 고양이가 다가오는게 아닌가!


그 고양이는 마치 b를 알고 있었다는 듯이 애교를 부려 b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애를 집에 데려가서 키울거야!

b는 떼를 써서라도 그렇게 하겠다 다짐했다.

 

과연 엄마는 적잖게 당황하는 눈치였다.

고양이를 키운다고 해도 어차피 보살피는건 엄마의 몫이 될게 뻔하다.

그렇다고 외아들이 이렇게 간절히 부탁하는데 자르기도 힘들었으리라.

얼마후 아빠가 퇴근했고, 부모님은 서로 상의한후 'b 혼자힘으로 잘 돌본다면' 이란 조건을 내걸어 고양이 기르는 것을 허락해주었다.

 

엄마와 아빠는 정말로 고양이를 전혀 돌봐주지 않았지만 자신의 애완동물이 생겼다는 기쁨에 찬 b가 열심히 물도 먹이도 챙겨주었다.

어린 고양이는 b의 방에서 애교를 부리며 얌전히 지냈는데,

늙은 개가 왠일인지 이 어린 고양이를 무척이나 경계하는 것이다.

개가 나이들면 고양이라도 어린 동물을 적대하지 않는다 하던데 오랫동안 유일한 애완동물 생활을 해서인가,

특히 고양이가 안방에라도 들어가려 하거나 아빠의 곁으로 가려하면

아직 그런 힘이 남아있었나 싶을 정도로 벌떡 일어나 짖어대곤 했다.

당장이라도 달려들 듯한 살벌한 모습에 어린 고양이는 겁을 먹고 b의 방으로 도망가곤했다.

 

그런 생활이 얼마간 이어진 후,

안그래도 건강이 좋지않던 늙은개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게 되었다.

자리에 누워서도 어떻게든 아빠의 곁으로 가려고 애쓰던 늙은 개를

아빠가 꼭 끌어앉고 등을 두드려주었던 모습이

지금도 b의 기억에는 선명하게 남아있다.

 

결국 개는 죽었고, 가족 모두가 슬퍼했지만 b는 한편으론 어린 고양이가 마음껏 돌아다닐수 있는 것이 좋았다.

특히 전에는 절대 들어갈수 없었던 안방이나, 아빠 곁에 가는걸 특히 좋아하던걸 보면 과연 답답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아빠가 병으로 쓰러졌다.

며칠 기침을 콜록콜록하시더니 주말 아침에 열로 일어나지 못해 병원에 실려갔고, 급성폐렴으로 그대로 돌아가신 것이다.

아직 젊은 아빠의 너무나 갑작스런 죽음에 엄마도 b씨도 제정신이 아니었고

아무도 신경써주지 않은 탓인지 고양이역시 어느샌가 사라져버렸다.

3사람과 2마리로 시끌시끌하던 집이 갑자기 고요해졌다.

b도 엄마도 한동안 힘든 시기를 보내야만 했다.

 

 

하지만 시간이 상처를 치유해, b가 대학생이 된 지금 와선 그 시절의 앨범을 스스럼없이 열어볼수 있게 된 것이다.

엄마와 같이 앨범을 보던 b가 별 생각없이 말했다.

"그때 내가 줏어왔던 고양이 말이야. 사진 하나가 없네. 미리 하나라도 찍어둘걸 아쉽다."

 

그리고 b는 엄마의 웃음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다.

엄마의 말은 이랬다.

b는 어린 고양이를 줏어왔으니 자기가 키우겠다 주장했지만, 그 고양이란 것은 엄마의 눈에도 아빠의 눈에도 보이지가 않았다.

키우는 것을 허락한 것도 -어린아이는 종종 상상의 친구를 만들어서 논다더니 그런 것이겠지-라고 생각해서 였었다고.

 

엄마는 웃어넘겼지만 b는 심각했다.

 

절대 상상의 친구가 아니다.

 

그렇게도 기억에 생생한걸.

 

자신은 분명히 어린 고양이, 아니면 최소한 자기가 보기에 어린 고양이 같은 것을 집으로 데려왔다.

 

그것은 엄마의 눈에도 아빠의 눈에도 보이지 않았으며,

 

오직 늙은 개만이 그것을 보고 매우 경계했었다.

 

그리고 늙은 개가 죽은 후엔........

 

 

b는 피가 얼어붙는 것 같았다.

 

 

 



 

ps: 제목의 모티브는 웹툰 '내 어린 고양이와 늙은 개'에서 따왔지.

아 좋은 만화야.

참고로 마사는 애견인으로, 길에서 스카웃한 루모공(아마도 10살, 얼핏보면 말티스)가 마사월드의 제후라네.

 

20140510_194718.jpg


루모공에게 이 괴담을 하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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